볕드는 창

에 의해 admin, 14 5월, 2025

오빠가 유치원에 가고 난 낮 시간. 어머니는 양계장 앞에서 노심초사 하고 계셨다. 닭들만 꼭꼬꼬 울어대는 양계장 앞에서, 누구를 만나 무어라 말을 꺼내야 하나 오들오들 떨고 계셨다. 어렵사리 안면을 터 말을 받아 준 양계장 주인은 이북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주인아저씨는 흔쾌히 달걀을 내 주었다.하지만 그 다음이 문제였다. 집 참나무 문지방 가에서 어머니는 달걀 10판을 들고 문지방을 넘었다가 다시 들어 왔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이래서 내가 무슨 장사람!’자책을 하고 있는데 주인댁 아주머니가 밭에서 돌아오셨다.“아하하하, 아니

에 의해 admin, 28 4월, 2025

호랑이 할머니가 안산 딸네로 가게 되어, 우리 가족은 이사를 해야 했다.여전히 겨울, 설월리에 수도가 없던 시절이었다. 온 마을이 ‘참샘물’에 의지하고 있었다. 겨울에도 참샘물 샘까지 물을 길러 가는 일은 고충이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깡마른 체구에 물지게를 지고 허덕허덕 비틀대는 어머니를 지켜보시더니, 내가 태어난 댁 아주머니가 제안을 했다.“자네, 이러지 말고, 자네 온다면 우리 집 말라버린 우물을 다시 팔 테니까 우리 집 아래채에 와서 살게. 응? 내가 자네 온다면 우리 집에 우물을 파고! 응?”이렇게 해서, 우리 가족은 다

에 의해 admin, 16 4월, 2025

어느 한겨울, 아버지는 종이 상자 속에 까만 강아지를 넣어 데려오셨다. 돌이켜 보면 그 상자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검둥이가 온 첫 날을 잊을 수 없다.나의 생애에서 나에게 온 동물들이 전부 다 처음부터 살갑게 나를 대해 주지는 않았다. 하루 정도는 구석에 숨어 방어하고 먹이도 먹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검둥이는 상자 속에서부터 우리를 반겼다.오빠와 나는 겨울 냉기에 담요를 머리부터 뒤집어쓰고 있었다. 담요 밖으로 코가 시렸다. 녀석의 코와 입에서 후욱후욱 쌕쌕 하고 하얀 입김이 기차 연기같이 힘차게 상자 틈으로 새어 나왔다.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