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드는 창

에 의해 admin, 8 7월, 2025

문간방에는 우리 가족이 이사 나갔던 사이, 다른 식구들이 세 들어와 살고 있었다. 그 작은 방에 5명이나 되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4남매 가족이었다.할머니는 지병과 노환으로 거동을 못하셨다. 아랫목에 크고 높은 평상을 두고 할머니는 온종일 그 위에 요를 깔고 누워 생활하셨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옛 과학실 책상이 아니었나 싶다. 평상 밑에 큰오빠, 막내오빠가 자고, 그 옆에 작은언니, 가장 윗목에 큰언니가 잤다.언니오빠와 할머니는 모두 머리카락과 눈썹과 눈이 새카맸다. 나는 종종 놀러가 평상 밑에 들어가 노래도 부르고, 옛날이

에 의해 admin, 25 6월, 2025

어머니는 바쁘신 와중에도 육아 서적이나 백과사전을 봐 가며 우리한테 뭘 해 주려 많이 노력하셨다. 하지만 우리 남매는 어머니가 바쁘다 못해 고생이 심하심을 어렴풋이나마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가장 살가운 것은 엄마, 어머니인지라 삼시 세끼로는 배가 안 찬다는 표현이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었다.“엄마, 입이 심심해요”“엄마, 입이 궁금해요”오빠든 나든 어렵사리 입을 떼면,“입이 심심하면 간장 찍어 먹어라”“입이 궁금하면 책에다가 물어 보아라”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어머니의 대답은 거절이나 꾸중이 아니고 재밌자고 일부러

에 의해 admin, 17 6월, 2025

내가 아기였고 오빠가 어렸을 땐 집에 TV가 없어, 아버지는 오빠를 데리고 근처 친척집에 TV를 보러 가셨다가 다 보고 나면 오빠를 업고 컴컴한 논두렁을 걸어 돌아오시곤 했다.그런 우리 집에 TV가 생긴 후엔 저녁 9시만 되면 무조건 자야 했다. 9시가 되면 TV에서 '어린이 여러분,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입니다'하는 목소리와 음악이 흘러 나왔기 때문이다.어머니께선“그 봐, 어린이는 자야 된단다.”하시며 이불 속에 우리를 우겨 넣으셨다.한번은 TV에 꼴딱 속은 적이 있다. 오후에 혼자 어린이 방송을 보는데 사회자 아저씨가 말씀하셨다

에 의해 admin, 12 6월, 2025

앞니가 빠지고 새로 나려는지 많이 흔들렸다. 어머니 화장대 앞으로 가 거울을 보았다. 조금만 밀면 빠질 것 같기에 혼자서 앞니를 뽑았다. 비릿한 피 냄새와 함께, 혼자 해냈다는 기분이 짜릿하였다.밖에 나가 밭모퉁이를 뛰어 가다 그만 미끄러져 오른 발이 밭고랑으로 쓸려 들어간 날이 있었다. 하필 그 밭을 둘러 친 철망의 삐죽한 가시에 종아리 옆이 깊이 찔려 들어가 상처가 났다. 그런데도 나는 태평스럽게 상처를 옥양목으로 감고서 내 볼 일을 보았다.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8시에 주인댁 언니 방에 놀러 갔다.“그런데 나 오늘 다쳤어”“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