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야 감독의 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2018)은 재개발 현장을 부유하는 시간의 파편을 붙잡는다. 한때는 아이들의 울음과 웃음이 스며 있던 방, 대문을 나서면 이웃과 인사가 오가던 골목. 그러나 그 집들은 부동산 가치의 껍데기로 전락해, 벽돌과 콘크리트가 철거의 시멘트 먼지 속에 허무히 흩어진다. 지역, 역세권, 뷰(전망)라는 표식이 주거의 실용 위에 덧칠되면서, 집은 머무는 공간에서 투기 대상이라는 낯선 이름표를 달게 된다.그리하여 집은 더 이상 식탁 위의 웃음소리와 창문 틈의 바람 소리를 담는 그릇이 아니게 되었다. 영화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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